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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한약사간의 건강한 '대화부족'

기사승인 2023.09.12  09: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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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가 없으니 이해가 없고 더 나은 미래 '정체'

난제에 창의적인 해법의 시작은 상대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 대한한약사회 임채윤 회장에게 신뢰가 시작된 기억이 있다. 약사일원화에 이어 성분명조제도 맥락을 같이 하니 관심갖어 달라고 말했는데 나중에  임회장은 약사리더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 성분명조제 책을 가지고 온 것이다. 성분명조제책을 만들면서 일부약사들은 성분명조제에 무관심 풍토였기에 참 고마웠었다. 임회장은 약사.한약사의 현실과 미래를 집어 주었다. 귀한 고견 일독 추천한다

   
▲임채윤 대한한약사회 회장-서울대 약대 석사취득-유한양행 연구소 근무-서울특별시 한약사회 회장 역임

<약국신문 주간 이상우>

 

대한약사회의 약국한약제제 활성화 환영한다

 

최근 대한약사회가 한방약국보험 등 약국한약제제 활성화 방안을 위한 정책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는 약국한약제제 활성화와 국민 보건 및 편의, 국가 산업 발전 등의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약사와 약사 간 업무범위 및 국내 한의약산업의 현실 등 고려할 사항이 아직은 많습니다.

 

먼저 2018년 보건복지부가 발주해 진행했던 한약제제분업 연구용역 당시 한약사, 한약업사, 한약조제약사까지만 한정된 “조제 주체”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는 복지부에서 한약조제약사 자격이 없는 약사가 한약제제에 대한 “조제권”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나 매한가지라고 보여집니다.

 

한약분쟁은 논리적으로 보면 엉킨 실타래다

 

게다가 약사회는 지난 십수년동안 한방약국보험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해왔습니다.

따라서 한방약국보험의 실현을 위해서는 아직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현행 법령에 따라 한약사가 의약품을 다룰 수 있듯이 약사가 한약제제를 다룰 수 있다는 논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약사법을 깊이 연구해보면 제2조제6호에 따라 의약품으로 정의된 한약제제가 어떤 품목인지는 분류되지 않은 현재, <의약품 분류 기준에 관한 규정>에 의해 의약품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뿐이므로, 한약제제는 결국 모든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이라는 논리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양약제제와 한약제제 아닌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프레임 

 

대다수의 약사나 특히 한약사조차도 아직은 납득이 어려우실 것 같아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한약사가 의사 처방전에 따라 전문의약품을 조제했다고 약사단체가 고용한 일반인 조사원에게 고발당했는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을 올해 초 언론보도를 통해서 다들 아실 겁니다. 해당 한약사가 당시 서울특별시한약사회 자문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었고, 그때 서울특별시한약사회장이 저였기 때문에 해당 사건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습니다.

 

내막을 말씀드리자면 해당 한약사는 근무약사를 고용해서 의사 처방전을 받는 약국을 개설, 운영하던 중, 조사원이 들고 온 처방전에 기재된 전문의약품인 케이캡정과 모프리정, 일반의약품인 스파부틴정과 알마게이트정을 직접 조제했다는 혐의로 고발을 당했습니다.

 

이에 경찰조사를 받게 되었고 그 과정 중에 변호사의 의견에 따라 수사관이 복지부와 식약처에 ‘해당 의약품이 한약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나는지?’ 질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서는 ‘문제되는 의약품이 한약사 면허 범위 내의 의약품인지 여부는 면허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 보건복지부에서 판단할 수 없고, 현실적으로 의약품이 양약제제와 한약제제가 아닌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만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에 식약처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수사관이 이번에는 식약처 한약정책과에 질의를 하자 식약처에서는 ‘의약품은 한약제제와 양약제제로 구분되어 있지 아니하고 일반의약품 및 전문의약품으로만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한약사가 제조 및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에 해당하는지는 식약처에서는 판단할 수 없으며, 보건복지부에서 그 범위를 규정해줘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수사관은 보고서에 ‘피의자가 직접 약품을 제조하였다고 볼 수 있는 명확한 증거는 없고, 설사 피의자가 약품을 제조했다 하더라도 현재 법적으로 양약사가 판매할 수 있는 범위의 약품과 한약사가 판매할 수 있는 범위의 약품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피의자의 행위가 한약사 면허범위를 벗어난 약품 조제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소결을 작성하였습니다.

 

강하고 능력있는 약사의 시작은 건설적인 대화와 공조

 

그뒤 검찰에서는 ‘근무약사가 봉직약사로 신고되어 있기 때문에 근무약사가 조제했다는 피의자 주장이 부합한다’고 불기소 결정서를 작성하였고, 기사를 접한 많은 분들이 다들 ‘근무약사가 있어서 빠져나갔구나’하고 이해하셨으나, 그 이면에는 이러한 진실이 숨어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국회 복지위 의원실의 약사-한약사 간 업무범위 결정에 관련한 질의에도 식약처는 ‘약사·한약사 면허범위가 설정되지 않아 한약제제 분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복지부는 ‘한약제제가 분류되지 않아 약사·한약사 면허범위를 설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면허범위가 설정되지 않아...’, ‘....면허범위를 설정할 수 없다.’ 이게 무슨 말이겠습니까? 이미 현행법상 약사와 한약사 간의 업무범위는 일치한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양 직능은 둘다 약사법의 진리를 넘어선 현실에 막혀 있습니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양 단체 간의 대화와 공조입니다.

안타깝게도 양 단체 간 “공식” 소통이 없는 현재로써는 약사회가 지난 언론보도에서 언급한 공조는 깨져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계속되어왔던 실패와 좌절을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약사회가 언급했던 5년 전 당시 본회 이기백 비대위원장과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이 서로의 손을 굳게 마주 잡았던 정책 공조 체계를 다시 적극 가동시켜 양 단체의 논의를 거친 후 세부적인 정책 추진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한방약국보험은 결국 약사의 이익이다

 

저는 약사는 한약제제하면 안돼! 한약사는 한약제제만 해야 돼! 하면서 서로 싸우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전혀 직능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법에도 맞지 않고 말입니다.

오히려 약학과는 증원으로 인하여 매년 1,800명 이상이 약국가로 배출되고, 한약학과는 매년 120명이 약국가로 배출되는데, 이전과는 달리 장롱면허나 타분야 진출이 적고 약사, 한약사 대다수가 약국 개설에만 몰려드는 현실 속에서 양 단체에서는 어떤 것이 진정 서로의 회원을 위하는 길인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양 단체 간의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정부와 국회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빠르게 추진할 것입니다.

 

만약 이번 기회를 계기로 양 단체 간의 공조 체계가 마련되어 건설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그 결과 서로의 뜻이 합일하여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 중에 한방약국보험이 시행된다면, 약국한약제제가 활성화되어 약국의 수익창출에도 보탬이 되는 한편, 국민 보건 및 편의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약회사 한약제제의 ‘악순환’

 

또한 단순히 약국‘내’ 한약제제 활성화에만 신경써서는 안됩니다.

현재 제약회사 한약제제 생산이 많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약국에서 한약제제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원외탕전실이 식약처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제조업 관련 규제도 받지 않은 채로 규모를 무제한 확장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방치하고 있으며, 그 결과 “사전조제”라는 미명하에 한약제제와 똑같은 제형으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원외탕전실은 말로는 조제를 한다면서 실상은 제조를 하는 사이비 조제시설, 사짜 제약회사의 형태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제약회사에서 생산되는 한약제제는 제조원가에 규제준수비용이 녹아 있습니다. 따라서 제조업 규제를 받지 않는 원외탕전실에서 동일한 조성으로 만든 제품(절대 한약제제가 아닙니다!)보다 가격이 필연적으로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식약처 관리감독을 받아 제형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제약회사의 한약제제에 비해 원외탕전실 제품은 제형변화가 허용된 이후 사전조제 명목으로 마음껏 대량생산을 하며 제형이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결국 제약회사에서 생산되는 한약제제는 가격, 제형 등의 측면에서 원외탕전실에서 나오는 제형화된 제품에 비해 장점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한의약산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제약회사 한약제제 생산품목의 단종 → 가격 상승 → 약국 수요까지 추가로 감소 → 품목 단종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뭉쳐서 현실을 조율하는 것이 이익단체의 역할

 

본회에서 약국한약제제 활성화를 위해 회원들과 제약사들에게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회원들은 쓸만한 한약제제가 모두 생산이 중단되고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고 답했고, 제약사들은 한약제제를 생산해도 팔리지가 않는다고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모두 위에서 언급한 악순환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 악순환이 국내 한의약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원외탕전실 제도로 인하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영세한 국내 한의약산업에 비해서 중국의 중성제약산업이 100배 이상의 규모를 지니고 있을 정도입니다(한의약산업 통계집, 중국 공연망 참조). 참으로 국가 차원의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본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6월 대한한약학회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발표한 이후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한의약산업과, 대만 복리위생부 중의약국 등과 한의약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원외탕전실 제도에 대해 간담회를 가져왔습니다. 한방제약회사들도 계속 컨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회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약사회에서도 단독으로 한약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한약사가 배출된 이래로 수십년간 복지부는 약사-한약사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해 제대로 나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항상 나눌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하거나 합치려면 양 단체가 합의해오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근본적인 해결책 볼수 없어

 

그리고 한의약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원외탕전실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아무리 지적을 해도 원외탕전실 인증제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답변만 하는 형국입니다.

이같은 복지부의 책임회피로 인해 지금껏 약사, 한약사 모두 피해를 보고 있으며, 단순히 양 직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보건, 국가 산업 발전에도 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러한 상황을 방치해서 피해를 더 키울 수 없습니다. 양 단체의 발전적인 논의를 통해 목소리를 합쳐서 직무유기 중인 복지부가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강하게 요구를 해야 합니다.

본회와 약사회는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약국한약제제 활성화와 국내 한의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약사-한약사 양 직능 간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또 이를 통해서 새로운 길이 열리길 바라 마지 않습니다.

 

 

이상우 기자 law0709@daum.net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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