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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정의는 늘 약자의 입장에서 ‘시작'

기사승인 2023.11.02  08: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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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직능간의 논의 없는 일방적입법은 생명력 없어

한약제제에 해당하는 의약품의 용기나 겉포장에 한약제제 표기 의무화 법안이 논란중이다. 본 법안은 약사.한약사의 일반약판매 범위를 둘러싼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반백년 숙제인 한약분쟁을 라벨표기로 구분짓는 것은 순서도 잘못되었고, 입법정의에 의문을 품게 된다. 입법정의는 늘 약자에게서 시작되었다는 전제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생각난다 과거에 임차인들은 공매나 경매시 보증금회수가 안돼 큰 고통을 받아왔다 이런 고통이 사회적합의로 전환돼 1981년 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서민의 주거안정의 특별법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최영희 의원 법안 역시 마찬가지다. 약사사회보다 상대적 약자인 한약사직능의 숙의민주주의 없는 도입역사.어려움을 보기 보다는 기계적인 한약제제 분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분리 선언보다 먼저, 한약사.약사.의사.한의사간의 세심한 소통이다. 법안의 생명력은 약해보인다.

 

좋은 입법은 약자의배려.부분보다 전체를 볼 때 나온다. 21대 국회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이화약대 출신, 김상희 약사의 한약분쟁 식견을 붙인다 “직능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법과 원칙에 따라 잘 정리하고, 이견을 좁혀 분쟁의 소지를 줄여나가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책무입니다. 정부는 하루빨리 ‘약사-한약사 일원화’를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합니다”(21대 국회부의장.4선 김상희약사)

<약국신문 주간 이상우>

 

한약.한방원리.한약제제.생약제제 정의 논란여지 많아

 

대한한약사회(회장 임채윤)는 30일 최영희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의약품 용기 등 기재사항을 규정하는 <약사법> 제56조 1항 8호를 개정하자는 내용으로 한약제제인 경우 전문의약품을 '전문(한약제제)의약품', 일반의약품을 '일반(한약제제)의약품'으로 표기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약과 한방원리, 한약제제, 생약제제 등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최영희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

 

한방원리 정의 아무도 모른다

 

<약사법> 제2조제5호에 따르면 한약은 동물ㆍ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 주로 원형대로 건조ㆍ절단 또는 정제된 생약(生藥)이라고 정의되어 있고, 제2조제6호에서 “한약제제(韓藥製劑)”란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방원리의 정의를 아무도 모르고, 한약제제로 분류된 품목이 무엇인지도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표기해야 할 한약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법적정의보다 자의적 판단만 존재

 

또한 생약제제는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 신고에 관한 규정>에서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서양의학적 입장이라는 용어의 정의가 무엇인지도 아무도 모른다.

중세 서양 사람들은 다치면 허브로 치료를 했다는데, 그렇다면 당시 서양 사람들은 한방원리로 인체를 치료한 것일까?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인체를 치료한 것일까?

아무도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자그마한 동네 상가 탕전실에서 물이나 주정으로 추출하고 전통 약탕기로 달이면 한방원리이고, 으리으리한 연구소 실험실에서 메탄올이나 아세토니트릴로 추출하고 합성하면 서양의학적 입장일까? 그것은 자의적인 판단일 뿐 법적 정의가 아니다.

 

법안의 취지는 정의와 형평의 한계 넘어

 

즉, 현행법상 한약제제와 생약제제는 동일한 개념이 성립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안에는 ‘그 의약품이 한약 성분을 포함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증상에 맞게 올바로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 한약제제라고 표기하자고 언급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동물, 식물, 광물에서 채취해서 건조, 절단, 정제된 성분이 포함되면 모두 한약제제라고 표기하자는 것이 이 법안의 의도인 것인지 궁금하다.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사진)

 

한약제제의 정의 한 개로 몰아질 수 없어

 

몇 년 전 국회에서 한약사 현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때 상대 단체 고위 관계자가 ‘한약제제는 용’이라고 표현해서 그 자리의 모두가 탄식을 하며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용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존재이지만, 실존하는 존재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용이 다 똑같지 않다. 어떤 사람은 두발로 서서 날개가 달리고 입에서 불을 뿜는 서양의 용을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은 뱀처럼 긴 몸뚱이를 가지고 날아다니는 동양의 용을 생각하기도 한다.

 

한약사.한의사.약사.의사 구성 협의체는 다른 목소리 가능해

 

한약제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들이 한약제제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실존하는 존재가 아니며, 어떤 사람은 단순히 기존 한약 처방을 가지고 만든 의약품을 한약제제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은 동물, 식물, 광물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모두 한약제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법안이 제대로 명분을 가지려면 이러한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 한약사, 한의사, 약사, 의사로 구성된 협의체를 마련하여 그 자리에서 명확하게 분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본회에서는 한약의 정의, 한방원리의 정의, 한약제제의 정의, 생약제제의 정의를 정하는 데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임채윤 대한한약사회 회장(사진)

 

그렇지 않고서야 그 누군가가 주장하는대로 쌍화탕, 갈근탕 등만 한약제제라고 표기하는 것은 지록위마로 혹세무민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상우 기자 law0709@hanmail.net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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